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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 12색 : 한국 젊은 작가 추리 단편집
저자 / 역자 : 저자 신재형 , 박하익, 곽재동, 설성원, 박현주 외
발 행 일 자 : 한스미디어 (2009-07-27)
도 서 사 양 : 반양장본 | 359쪽 | 220*140mm / 정가 : 12,000원
 
  한국 추리문학의 가능성을 만나다!

한국 추리문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의 추리 단편집『12인 12색』. 젊은 작가 12인이 자신만의 색깔을 선보인 추리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모두 등단한 지 5년이 넘지 않은 작가들로, 절반 이상은 한국추리작가협회가 '계간 미스터리'를 통해 발굴한 신인들이다. 그들의 다양한 세계관과 추리적인 글쓰기를 만날 수 있다.

신재형의 <그들의 시선>은 과학적 판단력을 지닌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의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 추리에서 보기 드문 리얼리티와 현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박하익의 <마지막 장난>은 생존 경쟁에 내몰린 '88만원 세대' 대학생들의 일탈을 범죄와 결합시켰다. 곽재동의 <안락사>는 최근 논란이 된 안락사를 소재로 완전범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설성원의 <글월비자>는 '글월비자'를 소재로 역사를 과감하게 재해석한 팩션이다. 박현주의 <지우개>는 아들과 함께 오늘의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독특한 일상추리 작품이다. 이지선의 <반 지하>는 직장을 잃은 개인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그밖에도 배상열, 안정연, 김재성, 오창희, 손선영, 김주동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色1 그들의 시선 - 신재형
色2 마지막 장난 - 박하익
色3 안락사 - 곽재동
色4 글월비자 - 설성원
色5 지우개 - 박현주
色6 반 지하 - 이지선
色7 오타쿠 - 배상열
色8 의식은 시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안정연
色9 꿈꾸는 아이비 - 김재성
色10 노동자 K씨의 죽음 - 오창희
色11 안구사 - 손선영
色12 불안 - 김주동

 
 
 

한국 추리문학 미래의 영웅들을 미리 만난다!

1. 왜 지금 한국 추리인가?

질기게 살아온 한국 추리소설, 이제 새로운 영웅을 기다린다!
일본의 추리소설 시장은 이른바 신본격 추리소설의 부활 이후 신진 작가들의 연이은 출현과 독자들의 관심이 맞아떨어지며 벌써 20년 가까이 탄탄한 부흥기를 이어오고 있다. 그로 인해 매년 600~800종의 새로운 추리소설이 시장에 선보이고 있고, 출판된 책은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몇 만 부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한국 추리문학은 어떠할까. 2008년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추리소설은 267종이다. 그 종수가 적은 것도 그렇지만, 그 가운데 한국작가의 작품이 27편이라는 데 이르면 참으로 맥이 풀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계간 미스터리 2008년 겨울호 참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문적인 추리소설가의 수급문제와 더불어 수준이하의 에로틱 스릴러의 범람으로 인해 독자들이 추리 미스터리 분야에서 떠나가는 현상일 것이다.
추리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작가, 읽고 싶어 하는 독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욕구들은 선순환의 구조를 갖지 못하고, 독자의 불신과 작가들의 창작의욕 상실, 출판사의 외면 등으로 악순환에 접어들고 말았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왜 한국추리소설일까. 농부가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논과 밭을 새로 갈아 엎어야 한다. 흉작이든 풍작이든 지난해의 것은 깨끗이 잊고 새로?시작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지금까지 여러 이유로 추락한 한국추리시장은 이미 한국의 추리소설 대신 일본과 영미권의 추리를 받아들인 독자들이 이미 갈아엎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역설적으로 이제 새로운 한국 추리의 시작을 말할 수 있는 겨울의 논밭이 형성된 것이 아닐까.
현재 한국에서 구매력을 가진 추리소설 독자는 5~6천 명 정도로 판단된다. 얼마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선인세 8천만 엔 보도에서 알 수 있듯 돈이 되는 외국 작가에 대해서는 상식 이하의 출혈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추리소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익히 이름을 얻은 외국 추리작가에게 투자하는 것에 비해 국내 작가의 발굴과 육성에 대한 투자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는 것은 너무 쉬운 데 반해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선순환 구조에서는 서로 파이를 많이 차지하려는 이해당자가 간의 욕심이나 시장 과열 등 언뜻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순식간에 궤도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악순환의 구조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합심하고 양보하면서 한마음으로 움직이거나, 누군가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면서라도 나서주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작은 걸음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이미 몇몇 출판사들이 국내 추리작가들에 대한 의미 있는 출간 작업을 해왔고 또 새로이 그 가능성에 눈을 돌리고 있는 듯하다.

2. 12인의 젊은 작가들

2009년 한국추리작가협회가 발간한 단편집 <살아 있으라>의 서문에는 새로운 글쓰기로 무장한 젊은 작가들이 기존 한국추리작가와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하며 독자와 소통하려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은 지속적으로 한국추리작가를 발굴하고 한국추리를 위해 힘써 왔던 추리작가협회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이뤄가는 단적인 모습의 하나이다.
그들은 일본과 영미권의 새로운 추리소설을 탐독해온 세대이며, 미드와 일드에 익숙한 세대이다. 그들은 그러한 새로운 문화적 특성 위에 그 문화와는 또다른 변별점을 찾아내어 새로운 한국적 추리소설을 추구하려는 노력 또한 보이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젊은 작가 12인이 자기만의 색깔들로 모여 2009년 여름 내놓은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젊은 작가 한국 추리 단편집, 12인12색>이다.
<12인 12색>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은 등단한 지 5년이 채 안 된 작가들이다. 그 중 절반 이상은 한국추리작가협회가 계간 미스터리를 통해 발굴한 신인들이다. 이들은 무모하거나, 용감하게도 한국에서 전문적인 추리 소설가를 꿈꾸는 이들이다. 이들 외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 역시 현재 신인이지만 활발한 글쓰기를 통해 인터넷과 역사, 장르 소설에서 각자의 아우라를 다듬고 있다. 과연 이들이 바라보는 세계관과 추리적인 글쓰기는 어떤 모습일까.?

3. 12색의 형형색색 작품들

* 아래 작품 해설은 책에 실린 이수광(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의 발문을 요약한 것이다.

신재형 <그들의 시선>
주인공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 최재준은 그간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보였던 마초적인 형사를 넘어 과학적 판단력을 지닌 형사다. 감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사건 현장에 기초해 수사를 이어가는 장면들이 인상 깊다. 독자가 직접 수사에 뛰어든 형사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한국 추리에서 보기 드문 리얼리티와 현장성을 보여준다.
사실 한국추리를 읽는 독자들은 CSI와 여타 미드들을 보며 체득하고 있는 과학적 정보가 상당 수준에 이르러 있다. 그간 한국 추리는 그 부분에 관해서는 철저히 독자의 호응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하겠다. 심지어 어느 블로거는 "한국추리는 적어도 과학수사가 언급되는 부분에서는 불안해서 읽지 못하겠다"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 블로거가 이 작품을 읽는다면 그 불안은 종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박하익 <마지막 장난>
박하익은 등단작인 <화면 저편의 인간>을 통해 범죄 앞에 무기력한 인간 군상을 표현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빤히 보이는 대학생활과 인생을 뒤집으려는 젊은이들의 일탈을 써냈다.
현재 우리의 대학생들은 88만원 세대들이다. 대학에 재학하지만 낭만은 이미 다른 나라의 단어가 된 지 오래다. 철저히 생존 경쟁에 내몰린 대한민국의 대학생. 이들에게 일탈이란 어쩌면 낭만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 그 일탈이?범죄와 맞닥뜨리면 어떻게 될까. 작가가 만들어놓은 반전에 이르면 헉, 하는 감탄사가 터진다.
박하익은 등단한 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성장세는 놀랍다.단편을 발표하며 보여주는 그녀의 스펙트럼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곽재동 <안락사>
이 작품은 완전범죄에 얽힌 이야기이다. 올 한 해, 안락사가 종교와 인권이 대립하며 찬성과 반대가 극명히 엇갈린 채 이슈를 만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매우 시의성의 강한 소재다.
보통 완전범죄를 떠올리면 사람들은 케빈 스페이시의 실로 놀라웠던 <유주얼 서스펙트>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 영화에서 그는 베일에 가려진 전설적인 범죄자였다. 마지막 결말에 이르러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보통의 범죄자가 저지르는 완전범죄와는 격이 다르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언급이 꺼려지지만 한국적 정서인 한(恨)까지 녹여냈다. 거기다 논란이 예상되는 안락사 이야기를 차용했다. 곽재동이란 작가의 용의주도함이 빛을 발한 작품이다. 죽음을 무릅쓴 사기에서 추리소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설성원 <글월비자>
역사추리물이다. 소재부터가 독특하다. 글월비자,?생소한 그 단어의 실체는 책에서 확인해 보시기를. 이 작품은 <무원록>과 조선시대 세종 때 쓰인 <신주무원록>에 나오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젊은 작가의 관점에서 과감하게 재해석한 팩션이다. 팩션은 결국 미장센이 결정하는 것 같다. 얼마나 역사를 배경으로 잘 활용했는가가 관건이다.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수준을 인정할 만하다.

박현주 <지우개>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평소 접하기 힘든 제대로 된 일상추리다. 사실 추리라 하면 그 태생의 단어에서부터 사건, 해결과정, 결론이라는 말 자체를 포함하고 있다. 그로 인해 사건은 살인에 국한되고, 등장하는 인물은 형사나 탐정, 그리고 주어진 증거를 통한 명쾌한 해설이라는 과정이 있어 왔다. 그렇지만 추리 역시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며 달라지고 있다. 일본에서 파생된 추리의 하위 분야인 일상추리는 사건이 될 것 같지 않은 내용과 결말에 이르러 반전을 선보이는 공식적인 구도를 선보이며 하나의 장르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찾아보기조차 힘든 분야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일본의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가 평단과 독자의 신선한 반응을 일으킨 적이 있다. 변화 없는 무미건조하고 의욕 없는 일상을 사는 주인공이 계단에서 넘어지는데 그 계단에 깨알 같은 글씨로 첩보원이 되고 싶으면 연락하라고 적혀 있던.
이 작품 또한 살인이나 강도, 강간 등 어떤 범죄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들과 함께 오늘의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엄마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글을 다 읽고 흐뭇한 웃음을 지울 수 없다. 경쾌하고 밝은 글쓰기가 특징이라는 작가의 발랄함이 독자에게도 행복으로 전염될 작품이다.

이지선 <반 지하>
작가 이지선은 그간 판타지와 추리의 조합을 써왔다. <반 지하>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을 사는 젊은이, 나아가 사회구성원들에게 현실이란 문제가 얼마나 거대한 장벽인지 작가 스스로의 고민에서 드러난다. 대한민국은 이제 평생직장이란 말이 사라지고 있다. 고용불안이나, 비정규직이란 말은 매일 신문지상을 오르내린다. 그런데 막상 직장을 잃은 개인의 심리를 다룬 작품은 그간 보기 힘들었다.
반 강제로 직장에서 짤려 버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그것이 만약 절망이라는 굴레에 갇혀버린다면 그 굴레를 빠져 나올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평범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곱씹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동네가 떠나갈 듯 싸우는 쌍둥이가 골목 초입에 있는 어린 쌍둥이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라는. 초를 끄고 나서도 한참 동안 방안에 꺼진 불의 향이 남듯 코끝을 자극하는 장면이었다.

배상열 <오타쿠>
매우 짧은 반전 소설이다. 읽고 나서 이 작품이 만약 일본 시장에서 출간되었다면 라이트노블이나 여나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발전 가능 했을 것이란 추측을 할 수 있었다.
배상열 작가는 <동이>로 제 2 회 디지털 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화려할 정도다. 올해만 해도 10권 가까운 역사 저술서가 나왔으며 <반역, 패자의 슬픈 낙인>은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 역시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미래와 가상현실이란 소재를 통해 작가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안정연 <의식은 시공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작품은 꽤나 능청스러운 작품이다. 굳이 범주를 넣으라면 판타지라 말해야겠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SF라 불릴지도 모르겠다.?초능력자 대 초능력자의 대결. 이 작품은 추리의 범주에 넣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한국적인 현실에서 비난받을지 모를 내용을 작가는 철면피 같은 능청스러움으로 마무리한다.
작가는 인터넷 등용문 아이작가를 통해 공포물을 주로 써왔다. 이 글에 대한 느낌은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뭐야~' 하고 읽다고 '오호, 이것 봐라'였다. 사실 이야기에서 다루어지는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는 더 깊어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능청스러운 마무리'에 별다른 이견을 낼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이 글은 장애아동이 평생 방 한구석에서 구박을 받으며 생각하는 호접몽일지도 모르기에. 그 안타까움일지도 모르기에.

김재성 <꿈꾸는 아이비>
얼마 전 <호텔 캘리포니아>를 발표한 김재성의 단편이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스페인 톨레도 산토 토메 성당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가 손에 잡힐 것처럼 이미지화하고 있다. 그리고 내 어깨를 보며 '타투를 한 번 해 봐?'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건의 논리적인 해결이나 치밀한 범죄와는 조금 격이 있는 배경형 추리이다. 왜, 또는 무엇 때문에,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 글이라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작가는 그제서야 질문을 던진다. '그는 연쇄살인범이었을까. 사랑했던 여인을 그가 직접 죽였을까. 타투의 완성을 위해 타투이스트를 죽여 왔을까.' 결국 의문에 대한 대답은 독자에게 넘어간다.

오창희 <노동자 K씨의 죽음>
현실 문제에 정면으로 승부수를 던진 작품이다. <마지막 장난>이나 <반 지하>가 소재를 차용해 작가가 말하려는 결말에 도달했다면 이 글은 현실 그 자체를 다루고 있다.?사건을 수사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결국 인간성과 행복이라는 근원적인 것들이었다.
주인공 철호는 명예를 얻어가지만 행복하지 않은 가정을 가졌다. 그에 비해 정보과 형사로서 마지막 숙제나 다름없는 노동자 K는 비록 경제적으로 부족해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철호는 바로 노동자 K의 죽음을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거 맞닥뜨리는 현실은 날 것들이다. 파업과 시위, 화물연대나 짜바리, 전대협 등의 단어들이 소설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선이 없어도 연결되는 세상'이란 역설적인 소통의 부재를 결국 작가는 독자와의 선 하나를 꽂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손선영 <안구사>
손선영은 역시 고사 상태라는 무협과 추리를 매개로 이어놓았다. 사마달 등의 작품에서 추리를 차용한 무협은 있었지만 추리를 위한 무협은 처음인 것 같다.
작가가 만든 결말까지 다다르는 데 의문을 달 새도 없다. 단편인 탓도 있지만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빠른 전개가 한 호흡에 읽힌다. 그만큼 가독성이 좋다. 어디가 사실이고 어디가 허구인지 모를 역사적 서실이 잘 짜기워져 말 그대로 독특함을 뽐내고 있다.
가끔 책을 읽으며 과자를 먹다 언제 과자를 다 먹었는지 몰라 빈 봉투를 뒤질 때가 있다. 아마 이 작품이 그런 과자인 것 같다. 읽다 보니 끝이다.

김주동 <불안>
그가 지금까지 써왔던 스피드와 하드보일드를 과감히 버린 작품이다. 2008년 <수양대군 살인사건>이 발간되었을 때 단연 독특한 작품은 김주동의 <취미와 직업>이었다. 담을 넘고 차를 뛰어넘으며 대구 거리를 내달리던 <동성로>와 <취미와 직업>에서 김주동은 지금껏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스피드를 과감히 글에 도입하여 독자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적인 심리물 <불안>이다.
사실 소재는 닳고 닳은 불륜이다. 그렇다면 8.90년대 에로틱 추리소설의 단골 메뉴였던 뷸륜이 오늘에 이르러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했을까. 일단 불륜이란 말을 던졌지만 이 글에는 어떤 성적인 코드도 등장하지 않는다.
불륜이란 통속적이고 상투적인 소재를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작가 김주동은 자신의 역량을 뽐내기라도 하듯 상큼한 결말을 선사한다.

4. 한국 추리소설의 비상을 꿈꾼다!

추리소설의 백미는 단편이다. 강렬한 사건화 명쾌한 해결, 그리고 반전까지. 추리소설은 단편과 함께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단편집을 위한 짧은 작품 하나하나가 그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과 재미, 그리고 사회성과 추리가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스펙트럼들을 골고루 배치하여 높은 대중성을 자랑한다.
단편집을 읽다보면 사실 작품별로 편차가 있게 마련이다. 재미있는 것과 재미없는 것, 관심 가는 작품과 무관심해지는 작품. 균형 자체가 맞지 않는 작품집도 허다하다. 그러나 이번 <젊은 작가 한국 추리 단편집, 12인12색>은 지금까지 출간된 그 어떤 작품집보다 그 편차가 적고 수준도 상향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재미와 시의성에서는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작품집과 차별화되어 있다.
한국 추리에 대해 기대를 버렸던 독자라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해 '한국 추리가 이만큼 재미있구나,한국 추리가 이만큼 진지하고 사회성을 담고 있구나' 하는 변화의 일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수광(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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